[리뷰] ‘추격자’ – 망치처럼 파괴력 강한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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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 닷컴 | 기사입력 2008-01-29 10: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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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닷컴] 오랜만에 장르 영화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는 신인 감독을 만났다. 1월28일 첫 시사회를 연 ‘추격자’(개봉 2월14일)의 나홍진 감독은 서스펜스가 어떻게 직조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극중 범인이 휘두르는 망치처럼 파괴력 높은 화법을 구사하는 그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 플롯과 좁은 통로를 질주하는 듯한 편집, 배우의 밑바닥 에너지까지 뽑아 쓰는 용인술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몇 년 간의 성과에 이어 ‘추격자’의 사례까지 짚고 나면, 충무로가 스릴러에 유독 약하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올바른 진단이 아니다.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중호(김윤석)는 업소 여자들이 손님의 전화를 받고 나간 뒤 연달아 사라지자 그들이 도주했다고 생각한다. 이어 미진(서영희)을 불러낸 손님의 전화번호가 이전 번호와 일치하자 중호는 그 남자가 여자들을 팔아 넘겼다고 판단한다. 미진마저 연락이 끊기자 행적 추적에 나선 중호는 우연히 영민(하정우)과 마주친 뒤 그가 범인임을 직감해 격투 끝에 붙잡는다. 소동 끝에 중호와 함께 연행된 영민은 경찰서에서 자신이 실종된 여자들을 죽였다며 태연히 입을 연다. 어느덧 이 분야의 지표가 된 걸작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지 않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추격자’는 농촌이 아니라 도시가 무대이고, 형사가 아니라 전직 형사가 주인공이며, 범인을 잡으려 온 몸을 내던지는 자가 둘이 아니라 하나다. 하지만 연쇄살인을 다루는 두 영화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서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해프닝과 참극 사이에서 경찰은 초점을 못 잡은 채 우왕좌왕하고, 무능하고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가장 약한 구성원들이 희생된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의 그림자 때문에 이 영화의 빛을 보아내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이 영화에는 본론만 있다. 도입부는 이야기를 곧바로 시작하고, 엔딩은 최대한 꼬리를 자른다. 여기에 쫓는 자의 가족 관계나 쫓기는 자의 범행 이유 같은 것에 대한 친절한 설명 따윈 없다. 두 주인공이 격돌해 격투를 치른 뒤 범인이 체포되기까지를 이미 초반 30분에 전부 그려낼 정도로 장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 작품은 나머지 시간을 아이러니로 가득한 수사극과 두 캐릭터를 강렬히 맞세우는 추격전의 무대로 삼는다. 범인을 신문하는 씬에서의 심리전이 정점에 도달할 때 갑자기 바뀌는 신문자의 어투와 앵글 사이즈로 점화하거나, 범인의 입을 열려고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옛 동료의 행동을 못 본 척 함으로써 사건을 손쉽게 해결하려 하는 형사들을 스케치하는 등, 경찰서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묘사 방식이 흥미롭다. 추격당하는 자가 전력을 다해 도망치다 코너에서 쭈욱 미끄러지는 모습이나, 추격하는 자가 사력을 다해 뒤쫓다가 구역질을 참지 못하는 모습 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추격 장면들도 좋다. 이 영화는 접촉 사고 후 승강이를 벌이는 정적인 장면에서조차 적절한 상황 설정과 효과적인 심리 묘사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다만 솜씨 좋은 세부 묘사들에 비해, 사회적인 맥락이나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 속에서, 소재가 지닌 함의를 명확히 보아내는 시선이 결여된 듯해 아쉬움을 남긴다. 신선하게 축조되었다기보다는 장르의 조각칼로 잘 다듬어진 것에 더 가까울 캐릭터에 매혹적인 생동감을 불어넣은 것은 두 배우의 호연이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한 작품의 무게를 온전히 떠맡게 된 김윤석은 그를 위해 최적으로 깔린 멍석에서 최선의 연기를 펼친다. 터뜨리기 위해서는 쌓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그는 육체의 느낌 하나만으로 절대악과 마주친 순간의 혼돈 속을 헤쳐가는 인물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악마와 어린아이를 절반씩 섞어 연기하는 하정우는 고백하거나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피식 웃는 장면들에서 무척 인상적인 악역을 만들어냈다. 다양한 캐릭터에 저돌적으로 도전해 조금씩 성실하게 반경을 넓혀가는 배우를 보는 기쁨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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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티비 대박 기원^^


